[심형권 목사] 민수기 16:1-15절 묵상
부르심의 자리가 다르고 분량도 다르지만 모두가 합하여 한 몸입니다.

본문
16-18장은 고라의 반역과 이를 계기로 제사장 직분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고라는 고핫 계열의 레위 자손으로 모세와 아론과는 사촌이 됩니다. 그가 주동이 되어 레위 자손들(8절)과 르우벤 지파의 다단, 아비람, 온(1절)과 당을 짓고 이스라엘 가운데 명망이 있는 250명을 데리고 모세와 아론을 거스릅니다(2절): “너희가 분수에 지나도다 회중이 다 각각 거룩하고 여호와께서도 그들 중에 계시거늘 너희가 어찌하여 여호와의 총회 위에 스스로 높이느냐”(3절).
‘너희가 분수에 지나도다’는 히브리어 의미는 ‘너희에게 많다’입니다. 과분하다는 말 속에서 이들의 트집이 모세와 아론의 자격에 대한 도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제사장의 직분을 맡을 수 있다고 합니다(10절). 너희만 거룩하냐? 우리도 거룩하고, 너희에게만 하나님의 영이 있냐? 우리에게도 있다(11:25절 참조).
틀린 말은 아닙니다. 모두가 거룩하고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회중 가운데 계십니다(출애굽기 19:6절). 하지만 ‘어찌하여 여호와의 총회 위에 스스로 높이느냐’는 말은 트집일 뿐입니다. ‘스스로 우리 위에 왕이 되려고 한다’(13절)는 말도 거짓입니다. 없는 말을 만들어 자신들의 뜻을 이루려고 합니다.
지금까지의 모세의 행적을 보면 모세가 자신을 높인 경우가 없을뿐더러, 오히려 사람들의 트집과 도전 앞에서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했다’(12:3절)고 증언합니다. 모세 역시 자신이 이들에게서 나귀 한 마리도 빼앗지 않았고 그들 중의 한 사람도 해하지 않았다고 하나님께 고백하고 있습니다(15절).
모세가 이들의 말을 듣고 엎드립니다(4절). 원문의 의미를 살리면, ‘모세가 듣자마자 그의 얼굴을 땅으로 파묻었다’입니다. 얼굴이 땅에 닿도록 (하나님께) 엎드렸다는 말입니다. 억지를 부리면서 급하게 몰아 부치는 고라의 일당들과 하나님께 꿇어 엎드리는 모세가 대조됩니다.
모세가 엎드렸다는 4절과 모세가 고라와 그의 무리들에게 말했다는 5절 사이의 시간의 간격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엎드렸다’는 표현에서 고라에게 말하기 전 모세가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모습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습니다. 자기 사람 만들고 자기 편 만들어서 자신의 뜻을 이루고, 자신을 변호하려 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의 편에 속하면 됩니다. 하나님이 해결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믿음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의 마음을 붙잡는 것은 하나님의 지지가 아니라 사람들의 칭찬과 지지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 고라를 향한 모세의 말은 확신에 차 있습니다: ‘여호와께서 자기에게 속한 자가 누구인지, 거룩한 자가 누구인지 보이실 것이다’(5절). 그러면서 각자의 ‘향로’에 분향해서 아침에 여호와 앞에 둘 것을 명합니다.
‘향로’는 번제단의 불씨를 분향단으로 옮길 때 사용되는 ‘불 똥 그릇’(출애굽기 25:38절)으로 성막에서 제사장의 사역과 관련이 있는 기구입니다. 향로를 가져오라는 것은 그들에게 과연 제사장의 자격이 주어지는지 보자는 뜻입니다(7절). 이번에는 반대로 모세가 그들을 향하여 ‘너희가 너무 분수에 지나치다’(7절, 3절과 대조)고 질책합니다.
레위 자손으로서 고라 역시 성막과 관련된 일을 맡았습니다. 그 일을 맡기신 분은 하나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너희를 구별하여 성막에서 봉사하게 하신 일이 너희에게 작은 일이겠느냐 하나님께서 구별하여 맡기셨는데 하나님의 구별하여 택하심을 무시하고 오히려 제사장의 직분을 구하느냐! ”(9절). 그러면서 모세와 아론을 향한 이들의 도전이 단순히 사람에 대한 도전이 아니라, ‘여호와를 거스르는 것’(11절)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왜냐하면 이들의 도전은 하나님의 택하심에 대한 도전이기 때문입니다.
제사장 직분이 성막의 기구를 관리하는 직분보다 더 고상하고 고귀한 것이 아닙니다. 고라의 부르심도 ‘하나님께서 이들을 하나님께 가까이 오게 하시는’(10절)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함이 없습니다(로마서 11:29절).
우리 모두는 몸 된 그리스도의 지체로 부름받은 자들입니다. 부르심의 자리가 다르고 분량도 다르지만 모두가 합하여 한 몸입니다. 모두가 소중하고 귀하고 필요합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입니다.
나를 부르신 자리에서 하나님 나라와 그의 영광을 위해 협력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아내기를 소망하고 기도합니다.
마라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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