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성 목사] 나로부터 시작합시다
우리 잠시 주위를 돌아보았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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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7일 목요일에 올린 글이 페이스북에 올렸다고 보내어 주기에 옛 생각이 나서 올려봅니다.
요즘 공항에 나갈 일이 매주 한두 번씩 생기는 것 같습니다.
9년 전 교회 개척을 시작하면서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들을 대상으로 전도를 하기보다는 교민 잡지나 호주 나라라는 사이트에 “호주 도우미 방”을 만들어서 시드니에 처음 오는 분들을 무료 공항 픽업과 정착서비스를 하면서 시작을 하였습니다.
‘도우미 방’이라고 하니 살짝 오해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
무료 공항 픽업 및 처음 정착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무조건 교회에 나와야만 하는 조건을 붙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도움을 받고 우리 교회에 나오시면 좋고 안 나오셔도 상관없고 전도의 목적보다는 시드니에 처음 오는 분들의 첫걸음을 조금만 도와주면 이곳 시드니에서 어렵지 않게 잘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요즘 교회, 특히 목사들이 욕을 많이 먹고 신뢰가 무너진 세대이다 보니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른 분들이 교회나 목사에 대해 욕을 하거나 부정적으로 말할 때 교회나 목사 전체가 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던 것 같습니다.
공항 픽업을하고 은행을 개설해주고 모발폰은 개통시켜 주고 어느 사람은 쉐어하는 집도 시드니에 오기 전에 먼저 구해놔 주고 그렇게 9년을 달려온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서치를 통해서 한국에서 스스로 많은 정보들을 보고, 조사하고 오셔서 잘 정착하여 공항에 나가는 일이 줄어들었지만, 가끔 도움의 부탁을 받고 공항을 나갈 때마다 오늘은 어떤 분을 만날 것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잘 만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기도 합니다.
이런 봉사를 하다 보니 많은 일화가 있는데 한번은 한국 시드니 영사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그날이 금요일이었는데 우리 교회는 금요기도회 모임이 있어서 예배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국 청년 한 명이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시드니에 들어왔는데 지갑을 잃어버려서 공항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공항에 있는데 도와줄 수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전화통화를 한 시간이 오후 4시 정도쯤 되었는데, 교회 예배시간은 7시 30분,
공항에 갔다가 예배시간에 맞춰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집에서 공항 가는 시간이 30분 정도밖에 안 걸리지만, 퇴근길과 겹치고 저녁 예배에 가면서 성도분들을 픽업해서 가야 하는데 어찌해야 할지……. 난감한데…….
또 공항에 있을 청년을 생각하니 지금 도와주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서 아내에게 공항에 가는 이유를 급하게 설명하고 출발하였습니다.
공항에 도착해서 공항 로비를 한국 청년을 찾아다니는데 청년 한 명이 앉아 있는 것을 다가가서 혹시 00이 아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들고 나를 보는 청년의 얼굴에 글씨가 보이더군요.
“나 아무 생각 없음”
얼마나 황당하고 난감했을까~~ 나도 호주에 처음 왔을 때 이 청년과 같았겠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청년을 데리고 교회 집사님 댁에 말해 쉐어비는 내가 지불할 테니 부탁한다고 말하고 임시로 쉐어를 놓게 하고, 그 청년에게 아주 적은 금액을 주면서 교통비랑 식사 비하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예배시간은 늦지 않았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긴장이 풀리다 보니 그 자리에서 주저앉을 뻔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를 자랑하기 위한 것도 내가 이런 사람입니다. 라고 PR하는 것도 아님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그저 도울 수 있는 여건이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그 청년은 몇 주 나오다가 교회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 청년을 통해 깨달은 것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나도 이곳 호주에 처음 왔을 때 도움을 주었던 청년이 있었고 손길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 감사와 사랑을 잊고 살아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청년은 다른 곳에서 교회에 대해 욕하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도움을 받기보다 무엇이든 도울 수 있음에 감사할 뿐입니다.
지금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은 다음에 다른 분을 도울 수 있는 분이 되리라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 잠시 주위를 돌아보았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나만’ ‘내 자녀’만 ‘내 가족,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우리”라는 울타리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그러면 지금의 불신과 한숨의 시간들 안에서 행복이라는 감사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지금부터 “나로부터 시작합시다” “멈추기 없기”로 약속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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